My little puppy

서술마다 줄어드는 숫자

 97(잉태)부터 시작한 숫자는 2(주니어 사망 직전)까지 떨어졌다가, '우리'가 새 기회를 주기로 하면서 55로 돌아간다. 16살, 에이미에게 세계 멸망에 관해 실토하기 전으로. 그리고 숫자는 다시 감소하다가, 모든 이야기 뒤 1을 끝으로 종료한다. 이 숫자는 뭘까? 월이나 주 같은 시간 단위는 절대 아니고, 지구와 혜성간의 거리도 아닌 것 같다.

 또한, 이 숫자들은 외계인 시점으로 서술할 때만 나타난다. 주니어 시점(주인공인데!)에서 서술할 때조차 나오지 않는다! 진주인공은 외계인이었던걸로...

 -분기 가능한 다중 우주의 수에 비례할 것 같긴 하다. 1:1대응이라기엔 너무 작지만.

 -외계인이 주니어와 교신할 수 있는 횟수? 그러나 외계인은 이런 제한따위 두지 않았을 만큼 전지전능해 보인다.

 -이야기의 끝을 1로 내고 싶었던 작가의 장식? 1은 완전한 숫자이자 시작을 뜻하니까?

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

 바로 죽는 순간, 1을 말한다. 천재적 능력과 외계인의 지식을 이용해 얼마든지 운명을 바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니어는 평범하게 살다 죽는 쪽을 택하는데, 아무리 발버둥쳐봤자 죽음은 필연적임을 깨달았기 때문. 죽음은 X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수렴하는 지점이다.

 그 최후의 지점에서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데, 글쎄... 내가 이해를 못 한 건지, 공감되지 않는다. 죽으면 모든 가능성이 0이 되는 거 아닌가? 모든 것이 수렴한다=모든 것이 있다=모든 것이 가능하다 인가? 아니면 주니어처럼 다른 다중 우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일까?

 주니어가 운명을 개척해나가려 고군분투 하는 쪽이 읽기에는 훨씬 흥미진진하지만, 평범하고 일상적으로 살다 죽는 쪽이 훨씬 행복해 보이기는 한다.

외계인의 정체

 외계인=신: 주니어는 신을 믿지 않는다. 신앙심 깊은 어머니를 보고 위화감을 느낄 정도. 지구 멸망의 해결책으로도 과학을 선택한다. 그러니 주니어에게 모든 걸 알려 준 게 신이었다면, 퍽 역설적인 설계인 셈.

 외계인=외계인: 미래의 인류건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 종족이건, 한 단계 위의 차원에 존재하는 무언가. 이들은 왜 주니어에게 '도움'을 주었을까? 지구상에서 1번째도, 2번째도 아니고, 왜 하필 4번째로 똑똑한 사람을 선택했을까? 그들의 의도가 단순한 유흥이라고 생각하면, 처음부터 끝까지 동정하는 듯한 말투는 소름 그 자체가 된다.

 외계인=작가(혹은 독자) : 제 4의 벽 파괴잼ㅋㅋ 이렇게 두고 보면 굉장히 웃겨진다. 작가한테 엔딩 스포당하고 열심히 살 의욕을 잃어버린 주인공ㅋㅋㅋ 줄어드는 숫자는 앞으로 써야 할 양이라든가ㅋㅋㅋㅋㅋ